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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내 왕조 실록 역성혁명의 기치를 높이 들고 출발했던 내 청춘의 건강한 왕조도 어느덧 탐욕스러운 군주를 만나 비틀거린다. '뇌'라는 이름의 오만한 임금은 보이지 않는 성벽 뒤에 숨어 쾌락을 위해 밤마다 술을 퍼부으라 어명을 내린다. 그 폭정 아래서 '간'이라는 충신은 소리 없이 굳어가고 '위장'이라는 민초들은 밤새 신음하며 급기야 억압받던 세포들은 '암(癌)'이라는 반란군을 몰래 키워낸다. 역사 속의 폭군들을 손가락질하며 나라를 파멸로 이끈 어리석음을 비웃었으나, 매일 아침 거울 속에서 내가 마주하는 것은 내 몸을 식민지 삼아 수탈하던 독재자의 얼굴이었다. 성군(聖君)이 되는 길은 멀리 있지 않다. 화려한 어좌에서 내려와 가장 낮은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장기들의 신음과 비명에 귀를 여는 것. 쾌락의 독주를 이제 그만 멈.. 더보기
막간(幕間) 아들의 눈에 나는 다 읽어버린 낡은 책이고 후배들의 눈에 나는 속도가 줄어든 엔진이다. 그들은 나를 '마무리'라는 칸에 분류해두고 정중한 예의로 내 서사의 마침표를 대신 찍어주려 한다. 하지만 내 안의 시계는 멈춘 적이 없다. 여전히 뜨거운 윤리적 갈등과 지질한 자격지심, 그리고 폭발적인 사랑이 내 좁은 일인실 무대를 꽉 채우고 있다. 나는 아직 조연으로 내려갈 사인을 받은 적이 없는데. 혼자 밥을 차리는 늙은 사내라는 객관과 세상을 다 가졌던 청년의 자아가 좁은 식탁 위에서 위태롭게 마주 앉아 있다. 인정하는 것은 패배가 아니라 이 비릿한 현실을 딛고 다시 한 걸음을 내딛기 위한 가장 정직한 '리허설'일 뿐. 인생의 전성기가 지났다는 선고가 내려져도 나는 내 무대의 조명을 직접 끄지 않으련다. 객석이 .. 더보기
초대 (Invitation) 이제야 고백해.내 목소리가 너무 커서 당신의 침묵이 들리지 않았어.내가 그린 도표와 내가 외운 문장들우리 사이의 문을 더 단단히 걸어 잠갔지 내 아픔만 읊조리느라당신의 숨소리가 얼마나 가빴는지 몰랐어.이제 내 엔진을 끄고, 낡은 지도를 접을게.닫힌 문 앞에 앉아, 당신의 계절이 바뀌기를 기다려. 나를 설득하던 말들을 멈추고이제는 당신의 소리가 듣고 싶어.비난도 좋고, 원망도 좋고, 그저 깊은 한숨이어도 좋아. 이제는 내 안에 묵직한 평형수가 차 있어웬만한 파도라도 가볍게 넘어지지 않아. 닫힌 문 틈으로 내 온기를 보낼게.억지로 문을 두드리지 않을게.그저 당신이 문을 열고 나올때제일 먼저 들리는 노래로 '환대' 를 준비할께 요동치는 심장 박동조차,내게 잠시 멈춰 서라는 뱃고동.타인의 소리에 귀 기울여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