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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의 끝

나는 늘 내가 이야기의 중심인 줄 알았죠
조명이 나를 따라 움직이고
세상의 카메라는 내 숨결을 좇는 줄 알았어요
길 위에 쓰러질 때면
세상이 숨을 멈출 거라 믿었죠

하지만 어느 날, 나는 깨달았죠
나는 장면의 가장자리,
지나가는 '사람 A'일 뿐이란 걸
내가 사라져도 이야기는 계속되고
눈물도 자막도 없이 장면은 넘어가죠.


나는 내가 내 삶의 작가인 줄 알았어요
펜을 쥔 손이 나라고 믿었죠
사람을 만나고, 길을 걷고, 울고 웃는 것들 모두
내 선택인 줄 알았죠

하지만 어딘가서 들려오는 손끝의 신호
나는 줄에 매달린 작은 인형이었고
세상이 웃는 그 순간마다
나는 낯선 손짓에 춤을 췄죠
사람들은 재밌게 웃지만, 나는 왜 그렇게 어색했는지


노력하라고 했죠,
조연이 아니라 스타가 되라고
하지만 나는
내가 되고 싶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이제는 춤을 멈추고 싶어요
이제는 나를 미워하지 않고 싶어요
이제는 내 마음의 리듬으로 춤추고 싶어요.
 
혹시, 거기 누구 알고 있나요.
지금의 내 유일한 바람
어떻게 해야 이 줄을 끊을 수 있을까